책임지기 위해서는 꾸준히 집중해야 한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서 원래 투자관 작성되었던 내용을 일부 수정하려고 한다.
(아마도 6~12개월 뒤 다음 투자관 업데이트 때는 이 내용을 반영하게 될 것 같다.
우선은 원래 투자관 글에 내용을 간략히 업데이트 했다)

원래 글에서는 1. 투자와 삶의 원칙 아래
1.1. 합리주의와 확률적 사고(9.6일 라이브)
1.2. 진보주의와 개선에 대한 믿음(9.15일 라이브)
1.3. 선택과 집중
1.4. 인내와 실천
의 소제목으로 글이 작성돼 있었다.

그런데 1.3.과 1.4.는 삶의 큰 원칙이라기보다 원칙을 실천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고민해본 결과 이 두 가지 수단을 내가 추구했던 이유는 투자할 때 가장 필요한 태도 – 책임지는 삶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세 번째 소제목을 1.3. 책임지는 삶으로 변경하고,
그 아래 1.3.1. 선택과 집중, 1.3.2. 인내와 실천을 작성했다.

왜 책임이 필요하며,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지 알아보는 것으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

책임 없는 권위주의, 한국 사회의 현주소

지난 라이브에서 말했듯이 우리가 과거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이를 통해 앞으로의 삶을 개선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을 망하게 한 책임파산

나는 소위 말하는 ‘국뽕’을 싫어한다.
과거가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기술될 때 그로부터 배울 가치있는 교훈이 도출되는 것이다.
여기에 어떤 가치나 이데올로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들어가게 되면 쓸모있는 교훈을 도출하기 어렵다.

조선은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책임 파산으로 멸망했다.

아래는 고종이 러일전쟁당시 피신한 사건을 미국 워싱턴주 The Tacoma Times에서 1면으로 실은 만평이다.
당연히 감당해야 할 책임을 외면하고 서울을 버리고 도망가는 고종을 “동양에서 최악으로 겁먹은 사람(The Worst Scared Man in the East)”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나도 고종을 불쌍하게 여기지만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더 나아가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을사늑약 후에는 무기력한 대신들을 탓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근본적인 국정 개혁에도 미온적이었다.

명성황후 친인척 등 양반 지배층은 부패와 사리사욕으로 민심을 잃었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민비를 미화하는 드라마 내용을 보면 아직도 올바른 역사 교육과 조선말 실정에 대한 객관적 인식으로 나아가기 위해 걸림돌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고종 본인도 지나친 인사 교체와 비선 정치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며 위기 속 지도자의 역할에 실패했다.

황제 중심의 권위주의 통치는 외세의 압력 앞에 아무런 울타리가 되지 못했고, 보호국화와 식민지화 과정에서 고종과 대신들이 스스로 국권을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심지어 이렇게 무능한데 자기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권력을 이양하여 능력있는 사람이 국정을 운영하게 하기는 커녕 전제정치를 강화하면서 조선 멸망을 앞당겼다.

결국 이러한 지도층의 ‘책임 파산’이 조선을 망국의 길로 이끈 셈이다.

결국 어떤 능력 검증도 없이 왕실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왕이 된 무능한 고종을,
당시 국민이 교체할 의지도, 심지어 교체해야 한다거나 교체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조선이 몰락한 것이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치 권력을 갖게 된다.
열강들이 피튀기며 경쟁하는 시기에 ‘600년 이어온 유구한 역사만’으로 경쟁할 수는 없다.
지난 라이브때 이야기했듯이 bygones are bygones일뿐이다.
후진적인 리더십은 결국 나라를 망하게 만들어 왔다.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책임파산

현대에도 책임파산은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 좀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당장의 지지율을 위해,
이런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이유로 경제적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돈풀기와 연금 개악, 부동산 정책 등이 ‘자행’되고 있다.

개인은 이기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 시스템이 이기적이면 답이 없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현재 정치권력을 쥔 자들이 이기적이라 답이 없다.

연금을 현재 인구구조 하에 지금처럼 주면 파산에 도달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실제로 20년이 지나면 일을 해서 연금을 낼 사람이 30% 이상 줄어드는 것이 ‘정해진 사실’이다.
그런데 연금을 늘린다고 한다.
이런 정신나간 결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만큼 정신박힌 국민이 극소수다.
권력을 교체해서 결정을 바로잡아야 할 20대~30대 초반 젊은 세대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
실제 20년이 지난 시점이 되면 이미 늦었다.
이런 결정을 한 정치인과 흥청망청 연금을 쓴 세대는 대부분 땅 속에서 말이 없을 것이다.

누군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리더를 맡아 ‘책임’을 져야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리더가 없다.
지극히 단기적 시각, 스스로의 임기내 성과라는 이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비양심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데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

전국민에게 25만원씩 돈을 살포한다.
연금 개악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런 결정을 한 이재명과 돈을 흥청망청 쓴 세대는 대부분 저 돈과 늘어난 부채 규모로 인해 높아진 이자를 감당할 세대가 고통받을 때 이미 말이 없을 것이다.

소버린 AI도 5년내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 5년이 의미하는 바는 ‘임기내’다.
소버린 AI 자체도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연간 AI 인프라 투자를 감안하면 경쟁력이 전혀 없는 돈 낭비임을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걸 임기 내 완성한다고 한다.
답없는 정책의 연속이다.
정말 밸류체인 하단부터 해서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가면서 구축해도 답이 없는데, 5년이라는 단기간에 맨 땅에 헤딩을 하겠다면 땅보다는 머리가 먼저 깨지지 않을까?

신용 높은 사람 이자율 올려서 낮은 사람 이자율을 깎아주자는 반시장적인 금융정책을 서슴없이 말한다.
나라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안정성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총리도 쉴드칠 말이 없으니까 헛소리를 한다.
아닌 건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을 못한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건강한 개인주의와 우리가 나아갈 길

이런 책임파산 속의 우리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익숙하다.
회사에서도 책임을 윗사람에게, 혹은 옆 부서에, 전가하고 분산한다.
회사는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이다.
올라갈수록 결정하기 어려운 것들을 결정하게 되고,
임원, 사장이 최종적으로 가장 어려운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내리게 된다.

대부분 직장인인 우리들은 그렇기에 책임을 지기보다 책임질 일을 보고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남겨 문제가 되었을 때 회피할 구멍을 만드는 데 익숙하다.
올바른 판단보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의 리스크를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할 때는 달라야 한다.
투자할 때 우리는 회사의 주인이 되며, 스스로가 CEO의 수준에서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봤을 때에도 주인이 되기에 좋은 기업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주식을 사야 하며,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꾸준히 인내하며 기업과 동행해야 한다.
그랬을 때 기업이 성장해나감에 따른 과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그런 판단이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지향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판단을 하는 것이 건강한 개인주의에 부합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그것이 책임감있는 투자자이며,
수익을 누릴 자격 있는 투자자의 모습일 것이다.
이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도록 하겠다.

CEO에게는 비서가 있다 : 선택과 집중

한국에는 유독 이런 판타지 드라마가 많다.
(미국 법정 드라마에서는 변호사가 상대를 이길 법적 논리를 만들고,
일본 법정 드라마에서는 변호사가 삶의 교훈을 전달하고,
한국 법정 드라마에서는 변호사가 클라이언트와 연애를 한다)

모든 사람은 자기 본분을 지키고 최선을 다할 때 가장 멋져 보인다.
비서가 필요한 것은 CEO가 연애할 사람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CEO가 자기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사람은 아무리 쓸데없는 일이라도, 인지적 노력이 덜 필요한 일이라도,
결정의 갯수가 늘어날수록 판단의 질이 나빠진다.
따라서 쓸데없는 데 관심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비서의 존재 이유이다.
쉽고 일상적인 판단은 다른 사람이 하도록 위임하고,
정말 중요한 판단에 모든 역량과 시간을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비서의 역할이다.

우리는 장기투자자이다.
선택과 집중은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이자, 장기투자를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이다.

쓸데없는 그저 그런 국가, 산업, 기업, 투자 판단에 도움이 안 되는 기술적 지표, 차트, 거시경제 뉴스 같은 곳에 관심을 두다 보면 정작 중요한 판단, 시장을 이기는 기업을 찾는 과정에 쏟을 시간과 집중력이 부족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판단의 수를 줄이고 관심을 둘 산업과 기업의 범위를 좁혀나가야 한다.
그리고 매매를 줄이고 일상적 판단을 줄인 가운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나가야 한다.

그랬을 때 장기투자를 잘 할 수 있다.

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성장주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하자.
그렇지 않고 의미없는 지표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고,
그림 그리기에 불과한 기술적 투자를 투자 근거로 삼으려 한다면,
그것은 LTO 멤버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일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논의의 한계를 벗어난다.

LTO가 설정한 선택과 집중의 한계를 지켜서,
더 날카롭게 날선 투자 아이디어들을 검증하고 리스크를 다방면으로 확인하는데 모두의 소중한 시간과 집중력을 투입하길 바란다.
그렇게 집단지성으로서 LTO의 높아진 판단력은 모두의 계좌를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양반은 걸음걸이가 느긋하다 : 리더의 인내와 실천

조선시대 양반들은 걸음걸이가 느긋했다.
그리고 CEO나 정치인에게 사람들이 바라는 바도 비슷하다.
과묵하고 신뢰성 있으며, 진중한 이미지를 바란다.

책임을 지는 사람의 이미지와 모습이다.

리더의 생각이 쉽게 바뀌고 일관성이 없다면 그 생각을 실행해야 하는 아래사람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기업의 주인인 투자자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기업의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연 단위 이상의 기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를 두고 크리스토퍼 메이어는 ‘100배 주식’이라는 책에서,
“6개월 이하의 주가 변동에 대해 지적으로 토론하기는 불가능하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기업과 자신의 판단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습의 이면에는 끊임없는 자기 수양이 있었다.
리더가 무능했던 고종이나 현대의 무책임한 우리 정치인들과 다르게 리더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기 능력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투자자로서 끊임없이 판단과 경험을 통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랬을 때 우리는 투자자로서 본분을 다하는 것이며,
자산을 증식시키는 과정에서 평생 동행할 수 있는 기업과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했다면,
설정된 방향으로 노력을 투입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이탈하는 것을 참고 인내하는 주인된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책임 파산의 시대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좁은 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LTO 플랫폼 대문에 사전에 커버 기업 리스트를 공개하고,
수익률을 업데이트해도 많은 사람이 그 수익을 누리지 못한다.
이것이 그런 방식의 투자가 어려워서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치투자는 ‘좁은 문’이다.
알려지고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인데도 수행하지 못한다.
그 바탕이 되는 투자관을 이해하고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좁은 문을 통과하길 바라면서,
오늘의 투자관 공유를 마친다.

다음 주부터는 ‘왜 투자를 해야 하는가’를 공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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