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어스가 손을 편다.
왼손엔 파란 약, 오른손엔 빨간 약.
파란 약을 삼키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침대에서 눈을 뜨고,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며, 어제와 똑같은 하루로 돌아간다.
빨간 약을 삼키면 토끼굴이 얼마나 깊은지 끝까지 보게 된다.
편안하지는 않다. 대신 진짜를 본다.
코오롱티슈진에도 두 개의 약이 놓여 있다.
파란 약은 이렇게 속삭인다. “미국 2상도 좋았고, 국내 3상도 통과했고, 국내 환자 수천 명한테 실제로 써봤는데 다 괜찮았잖아.
이번 미국 3상도 당연히 성공이지.
성공확률 99%라는 통계적 주장도 있던데.”
달다. 나도 이 파란 약이 달다는 걸 안다.
코오롱티슈진에 투자하고 있다면 더 달 것이다.
그리고 많은 주식을 할 때 이런 경우가 많다.
하락했을 때 다시 올라갈 거라는 근거를 믿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문제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데 있다.
본문에서 자세히 뜯어보겠지만, “과거에 좋았으니 이번에도 성공”이라는 추론은 생각보다 훨씬 얇은 근거 위에 서 있다.
과거의 데이터는 미래의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코오롱티슈진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신약에 적용되는 통계이론의 기본이다.
코오롱티슈진 미국 3상이 얼마 남지 않은 7월중 발표 예정이다.
지난 7월 16일의 급락은, 시장이 애써 무시했던 빨간 약을 뒤늦게 한 알 삼킨 순간에 가깝다.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성공은 정해져 있다”는 확신의 자리에 “사실은 정해진 게 없다”는 불확실성이 되돌아왔고, 주가는 하루 20% 넘게 빠지며 되돌아온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했다.
없던 위험이 새로 생긴 게 아니다.
파란 약에 취해 안 보이던 위험이, 발표가 임박하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뿐이다.

오해는 말자.
이 글은 “임상은 실패한다”는 예언이 아니다.
그건 반대 방향의 또 다른 파란 약일 뿐이다.
이 글의 주장은 단 하나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2상, 국내 3상, 국내 환자 적용 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오롱티슈진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성공을 확신할 만한 근거가, 사람들이 믿는 것만큼 단단하지 않다.
99%라는 숫자는 발견이 아니라 몇 개의 가정이 만들어낸 착시에 가깝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두 가지를 따져보려 한다.
1)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코오롱티슈진의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까지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으며, 어디서부터가 과대평가인지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2) 결국 투자란 정해지지 않은 결과를 두고 불확실성을 견디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이 종목에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지는 것이 건전한 수준인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글을 쓰는 도중에 임상 결과가 나와버렸다.
우선 쓰던 내용을 수정하지는 않겠지만 마지막 내용은 조금 변경하여 어떤 원칙으로 불확실성이 큰 주식에 접근해야 할지 서술하였다)
빨간 약은 좀 쓰다.
그래도 삼키고 나면, 적어도 지금 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보이게 된다.
코오롱티슈진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
여러 글을 읽어봤지만,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주장의 전체적 논지는 비슷한데 아래 글이 통계적으로 좀 더 ‘그럴 듯한’ 근거를 많이 제시하고 있어 타당성을 검증해보려고 한다.
https://cafe.naver.com/vilab/274324
글은 결론적으로 “TG-C의 과거 임상 성적을 통계로 환산해 보면, 이번 미국 3상은 거의 확실히(약 99%) 성공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긍정론 주장들도 보면 일부 단계가 빠져 있기도 하지만 전체 논리적 구조는 유사하다)
1. 약효를 하나의 지표로 바꾼다
어떤 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느낌”으로 말하면 비교가 안 되니,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그 숫자가 ‘코헨의 d(Cohen’s d)’다.
쉽게 말해 약을 먹은 그룹과 가짜약(위약)을 먹은 그룹의 차이를 나타내는 점수다.
대략 0.2면 미미한 차이, 0.5면 중간, 0.8이면 큰 차이로 본다.
(표준편차로 나누는 절대적 지표이기 때문에 숫자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
이 글은 TG-C의 과거 임상(미국 2상·국내 3상) 결과를 역산해 d를 약 0.45~0.56으로 잡았다.
그리고 다른 무릎 관절염 약들(관절 주사, 스테로이드, 경쟁약 타네주맙 등)의 점수와 나란히 놓고 보니 TG-C가 상위권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타네주맙은 TG-C보다 낮은 점수로도 3상에서 통증 개선을 입증했으니(부작용 때문에 최종 승인은 거절됐지만), TG-C는 그보다 유리하다고 본다.
2. 이번엔 증상이 더 가벼운 환자가 들어온다
3상에는 이전보다 무릎이 덜 닳은, 증상이 가벼운 환자가 표본으로 들어왔다.
이게 결과를 흐릴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데, 이 글은 과거 여러 사례를 근거로 “오히려 가벼운 환자가 섞일수록 약효 차이가 더 잘 벌어지거나, 최소한 나빠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한다.
즉 유리할 수도 있는 요소인데, 계산에서는 안전하게 “중립”(유리하다고 쳐주지 않음)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3. 위약효과라는 방해물을 처리한다
통증은 환자가 스스로 느낀 느낌을 보고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가짜약을 먹어도 “덜 아픈 것 같다”고 느끼는 위약효과가 실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규모가 커지고 참여 병원·지역이 다양해지면 이 위약효과가 더 부풀어서, 진짜 약과 가짜약의 차이를 흐려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은 규모가 훨씬 컸던 타네주맙도 이 점에서 더 불리했는데 성공했다는 점,
그리고 환자 수가 늘면 위약효과가 커지는 것보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표본평균의 변동성이 감소하여 차이를 통계적으로 잡아내는 힘”이 더 빨리 세져서 서로 상쇄된다는 계산을 제시한다.
그래도 보수적으로 위약효과를 20% 키워서 계산에 반영했다고 한다.
4. 진짜 복병 ‘평균회귀’를 치료 데이터로 완화했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신약 중에는 2상까지 우연히 성적이 좋게 나와 3상에 올라왔다가,
정작 3상에서 효과가 별로여서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평균회귀때문이다.
앞선 성적이 화려할수록, 그 일부가 실력이 아니라 운이었다면 다음엔 도로 내려앉을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이 글은 이 위험을 인정한 다음, “한국에서 이미 3400명 넘는 환자에게 실제로 써봤고 15년 넘게 추적한 방대한 실사용 데이터(RWD)가 있으니, 이 평균회귀 위험을 10%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으로 ‘베이지안 파워 프라이어(BPP)’라는 통계 기법을 쓰는데, 이는 과거의 실제 데이터를 현재 예측에 일정 비중으로 섞어, 추정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방식이다.
이 글 스스로도 TG-C의 성공률이 높다고 전망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 실제 적용해온 데이터의 존재 때문이라고 밝힌다.
5. 보수적인 조건들을 반영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중간에 그만두는 환자가 있으니 탈락률 20%를 가정하고,
지나친 낙관을 막기 위해 약효를 12.5% 깎아서 계산했다.
즉 일부러 몇 가지를 보수적으로 조정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6. 컴퓨터 시뮬레이션(몬테카를로)을 1만 번 시행한다
위 조건을 모두 넣고, 가상의 임상시험을 컴퓨터로 1만 번 시뮬레이션한다.
그 1만 번 중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온 비율을 성공률로 봤더니 약 99%가 나왔다는 것이다.
7. “너무 높은 거 아니냐”는 의심에 답한다
99%가 비현실적으로 높아 보일 수 있는데, 같은 계산법을 다른 약에 적용하면 어떤 약은 56%, 어떤 약은 72% 식으로 낮게도 나오므로 계산을 유리하게 짜맞춘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TG-C가 유독 높은 건 앞서 말한 실사용 데이터 덕분이라는 것이다.
코오롱티슈진 긍정론의 취약성
이 주장은 겉보기엔 촘촘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지점에서 논리가 취약하다.
1. “99%”는 성공확률이 아니라, 답을 미리 정해놓고 얻은 숫자
99%의 확률은 “이 약이 성공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다.
정확히는 “만약 이 약의 진짜 효과가 d≈0.45라고 가정했을 때,
이 정도 규모의 시험이 그 효과를 잡아낼 확률은?”이다.
답은 당연히 아주 높다.
쉽게 비유하자면,
“만약 내 로또가 1등 번호라면, 당첨금을 받을 확률은?” → 거의 100%다.
그런데 이 100%를 근거로 “그러니 나는 거의 확실히 당첨금을 받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100%는 “1등 번호라면”이라는 가정에 매달려 있고,
정작 궁금한 건 “내 번호가 1등이 맞냐”였기 때문이다.
“진짜 효과가 d≈0.45이다”를 시작부터 전제하고(뒤에 나올 방법으로),
그 가정하에 “그럼 시험은 당연히 성공한다”를 계산했다.
결론을 가정 속에 몰래 넣어둔 셈이다.
진짜로 알고 싶은 것 — “그 효과가 실제로 그만큼이냐” — 는 검증하지 않았다.
99%는 ‘발견’이 아니라, 그 전제가 되돌려준 ‘메아리’에 가깝다.
2. 시뮬레이션 반복수보다 중요한 건 어떤 데이터가 들어갔느냐다
“가상 임상을 1만 번 돌렸다”고 하면 뭔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실험처럼 들린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돌리려면, 컴퓨터에 “환자 결과를 어떤 조건에서 뽑을지”를 사람이 먼저 입력해야 한다.
즉 “진짜 효과는 이 정도이고, 이 정도만 흔들린다”는 조건을 입력해야 한다.
1만 번의 반복은 조건을 고정한 채 “어떤 환자가 우연히 뽑히느냐”만 바꿔볼 뿐이다.
동전으로 비유한다면,
동전을 1만 번 던져 앞면 확률을 구하는데, 그 동전을 애초에 “99% 앞면 나오게” 프로그래밍해 놓은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성실하게 “앞면 99%”라고 답해준다.
1만 번 돌린 건 맞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넣은 답을 그대로 되돌려준 것일 뿐, 정작 궁금한 것(이 동전이 정말 99% 앞면이냐)은 답하지 못한다.
이미 전제로 깔았기 때문이다.
숫자가 컴퓨터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그 숫자를 객관적으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3. 화려한 성적일수록 ‘평균회귀’라는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시험 성적으로 반 1등을 뽑았다고 하자. 이 학생은 똑똑한가?
평균 이상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았거나, 찍은 게 맞았을 수도 있다.
점수 = 실력 + 그날의 운이기 때문이다.
“점수가 높다”를 기준으로 뽑으면 실력자와 운 좋았던 사람이 둘 다 뽑힌다.
실력은 다음에도 유지되지만 운은 재현되지 않으니, 이 학생이 다시 시험을 보면 점수는 ‘평균적으로’ 조금 내려갈 것이다.
원래대로 실력대로 점수를 받아야 할, 운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신약도 똑같다.
3상에 올라오는 약은 “앞선 시험에서 성적이 좋았던” 약들이다.
즉 진짜 효과가 좋은 약과, 운이 따랐던 약이 섞여서 올라온다.
그래서 성적의 액면값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고, 그중 운이었을 몫을 얼마간 깎아서 봐야 한다.
실제로 알츠하이머·암 신약 중에는 2상 성적이 화려했는데 3상에서 주저앉은 다수의 사례가 있다.
함정이 무서운 이유는, 가장 유망해 보이는 약에서 이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함정은 환자를 늘리거나 시험을 잘 설계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앞선 성적을 정직하게 할인해서 보수적으로 보는 것만이 최선이다.
4. ‘실사용 데이터’가 위험을 감소시켜주지 못한다
이 글과 코오롱티슈진 강세론자들의 핵심 무기이지만 가장 약한 고리다.
이 글은 “한국에서 3400명에게 실제로 써봤더니 좋았다”는 실사용 데이터로 위 평균회귀 위험을 눌렀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방향이 반대다.
평균회귀를 바로잡는 올바른 방법은 화려한 성적을 아래로(효과 없음 쪽으로) 살짝 깎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은 실사용 데이터의 큰 호전값을 끌어와, 오히려 효과 추정치를 위로 밀어올린다.
깎아야 할 것을 되레 떠받친 셈이라, “평균회귀 보정”이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이러한 논리는 ‘원래 평균이 약효가 충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둘째, 그 실사용 호전값은 약효의 증거로 쓸 수 없다.
한국에서 환자에게 약을 쓸 때는 가짜약(위약) 비교 그룹이 없다.
환자가 약을 맞고 “덜 아프다”고 할 때, 그 호전에는 진짜 약효뿐 아니라 위약효과(효과가 있다고 믿는 마음), 시간이 지나며 저절로 나아지는 자연회복, 함께 받은 다른 치료가 전부 뒤섞여 있다.
위약과 비교해보지 않으면, “약이 들어서”와 “그냥 좋아져서”를 구분할 수가 없다.
감기약을 먹고 일주일 만에 나았다고 그 약이 효과 있다고 할 수 있나?
감기는 약이 있든 없든 원래 일주일이면 낫는다.
그 회복은 약효의 증거가 아니다.
실사용의 “많이 좋아졌다”는 숫자도 가짜약을 이겼는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 글은 이 못 미더운 낙관 숫자를 통계 기법에 넣어, 마치 정밀한 근거인 양 만들었다.
어려운 통계 기계를 거치면서 약한 근거가 단단해 보이게 포장된 것이다.
(오해는 말자. 실사용 데이터가 쓸모없다는 게 아니다. 부작용을 살피거나 장기 안전성을 보는 데는 아주 유용하다. 실제로 이 약의 15년 넘는 무종양 추적은 안전성 측면에선 의미 있는 자료다. 다만 그건 “안전한가”에 대한 답이지, 통증 지표가 3상에서 재현되느냐에 대한 답은 아니다)
5. “다른 약은 낮게 나왔다”는 반박이 오히려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이 글은 “같은 계산법으로 다른 약은 56%, 72%도 나오니 유리하게 짜맞춘 게 아니다”라고 방어한다.
그런데 이 방어가 오히려 자기 발등을 찍는다.
그 계산에서 낮게 나온 로레시비빈트라는 약은 실제로 3상에 실패했고,
높게 나온 타네주맙은 효과는 입증했지만 부작용으로 결국 승인이 거절됐다.
즉 이 계산법은 결국 실패로 끝난 약들에도 꽤 높은 점수를 준다.
게다가 TG-C만 유독 99%로 튀는 이유는 거의 전적으로 앞서 말한 그 실사용 데이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다른 약 비교”는 계산이 공정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가장 미덥지 못한 가정 하나가 결과 전체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
그 데이터를 빼거나 제대로 깎으면, TG-C의 숫자도 다른 약들 수준으로 내려온다.
6. 그리고 이 계산은 ‘가장 큰 위험’을 아예 다루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전부 “통증이 위약보다 나은가”라는 유효성 안에서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신약의 진짜 특수성은 외적 요인에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TG-C는 과거 국내에서 인보사라는 이름으로 허가받았다가, 약의 두 번째 성분이 표기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로 확인되면서 19년 허가가 취소됐던 약이다.
이 사실은 두 방향으로 이 계산의 토대를 흔든다.
1) 계산에 넣은 과거 임상 성적과 실사용 데이터 자체가 그 성분 논란이 있던 제품에서 나온 것이라,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2) 통증 지표가 통과하느냐와 완전히 별개로, 제조·품질·규제 심사라는 큰 관문이 남아 있다.
이건 아무리 통증 계산을 정교하게 해도 잡히지 않는 위험이다.
결론 : 건전한 회의주의와 위험에 부합하는 비중관리
이 글을 쓰는 동안 코오롱티슈진의 임상 결과가 나와버렸다.
글을 쓰기 전에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그럼에도 뭔가를 알기 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적용해야 할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선 합리적 판단을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성공률은 산업의 평균적인 임상 성공률이다.
3상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두 2상에서 인상적 데이터를 보여주고, 충분한 근거가 있는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다른 제약사들도 코오롱티슈진에 비해 합리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신약이 첫 임상부터 최종 승인까지 가는 확률은 전체적으로 대략 8~14% 수준에 불과하고,
가장 넘기 어려운 관문은 2상에서 3상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성공률이 30~35% 정도다.
그런데 TG-C는 3상에 와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맞는 기준은 “3상에 도달한 약이 성공할 확률”이다.
이건 처음보다는 높아서, 암이 아닌 질환의 경우 3상에서 허가 신청 단계로 넘어가는 데 실패하는 비율이 약 29%(즉 성공 약 71%)이고,
최종 승인까지 보면 대략 절반에서 60%대 정도로 내려간다.
정리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평범한 3상 신약이라면 출발점은 대략 “절반에서 60%대” 정도로 잡는 게 상식적이다.
상향 요소
1) 효과크기가 이 분야에서 낮지 않다
과거 성적을 환산한 값(d≈0.45~0.56)이 무릎 관절염 약들 중 상위권이고,
경쟁약 타네주맙이 비슷하거나 더 낮은 효과로도 통증 개선을 입증한 전례가 있다.
진짜 효과가 그 정도라면 이 규모의 시험은 통과 가능성이 높다.
2) 이미 사람에게 써본 데이터가 여러 개 있다
보통 이건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요소다.
하향 요소
1) 승자의 저주
3상에 올라온 건 “앞 시험에서 성적이 좋았던” 약이라, 그 성적엔 실력과 운이 섞여 있다. 액면값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고 얼마간 깎아야 한다.
2) 통증이라는 주관적 지표
골관절염 통증은 위약효과가 강해서, 효과가 어중간하면 가짜약과 차이가 흐려져 실패하는 사례가 유독 많은 분야다.
3) “데이터가 많다”는 장점이 상당 부분 상쇄된다
과거 데이터가 나온 제품이 성분 논란(연골세포로 표기됐지만 신장유래세포로 확인)을 겪었다.
보통은 데이터가 많으면 베이스레이트보다 올라가는데, 이 경우엔 그 데이터 자체가 못 미더워서 별로 못 올라간다. 여기가 반전 포인트다.
4) 환자군 변경(더 가벼운 환자, 그리고 한국이 아닌 미국 환자)
재현이 안 될 위험이 생긴다.
그리고 결과가 극단적인 경우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 타격을 제한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비중으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또한, 시장참여자들이 오래동안 숙고할 수 있었던 투자 대안이라면 시장이 왜 오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고,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근거가 충분히 납득되어야 한다.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임상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정말로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이 99%였다면 발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주가는 우상향했어야 한다.
시장참여자가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실수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렇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내포하고 있던 위험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코오롱티슈진 임상 실패로 또 많은 사람이 다치고, 마음 아파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잘 딛고 일어서서, 잘 복기해서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약간은 늦어버린 분석 글을 마친다.
가치투자 커뮤니티를 성장시켜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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