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모든 결정을 자기 책임하에 하고, 그 성과를 스스로 누리기때문에 고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려울 때 지지해주고, 고민될 때 다양한 견해를 제시해 줄 좋은 친구가 있다면 어려움과 고독감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love is lonely without you 투자자도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외롭다 원래 사람은 그런 존재인게 아닐까?
투자를 하다 보면 가끔씩 너무 괴로워서 아무에게나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다.
FOMO(Fear of missing out, 혼자 뒤처진다는 데 대한 두려움)가 힘든 이유는 힘듬을 나눌 사람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럴 때 잠깐이라도 대화하여 의견을 나누고 진정성 있게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런 커뮤니티를 점진적으로 구축하려 한다.
가치투자 설명서
지금까지 내가 이야기했던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주식투자 원칙 : 사회적 본능을 이겨내고 독립적인 기준을 세워서 싸게 사고 비싸게 팔아야 한다.
주식이 좋은 자산형성 수단인 이유 : 주식을 사는 건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며, P, Q, C를 결정할 협상력이 있는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면 인플레이션보다 빠르게 부를 증식시킬 수 있다.
주식으로 빠르고 안정적이게 수익을 내는 방법 : 성장하는 기업에 장기투자를 하면 된다. 성장하는 기업을 고르려면 1. 이익 성장의 논리 2.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진입장벽 3. 효율적 자본 배치 를 확인해야 한다.
이익 성장의 논리 : 기업이 속한 산업이 성장하고, 점유율을 높여가며, 생산요소 및 소비자에 대해 협상력을 보유한 기업은 앞으로도 이익을 성장시켜나갈 가능성이 높다. GPM(Gross Profit Margin)은 생산요소와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협상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제적 해자 : 높은 수준의 자본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은 경쟁자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경제적 해자를 갖춰야 한다. 경제적 해자의 유형에는 무형자산, 전환비용, 네트워크 효과, 원가우위가 있다. ROE(Return on Equity)가 장기간에 걸쳐 높게 나타난다면 경제적 해자를 보유한 기업 후보로 분석해볼 가치가 있다.
자본배치 : 어떤 회사가 연속적으로 높은 ROE를 보이고, 그것이 레버리지가 아닌 높은 수익성으로 달성되었다면(부채 비율이 높지 않다면) 검토해보기 좋은 회사이다. 자본배치는 CEO가 기업을 경영해온 역사, 직원이나 임원을 대하는 정책, 대외적으로 성과를 설명할 때의 투명성, 주주를 대하는 태도, 주주환원 정책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렇기에 주관이 많이 개입되며, 편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잘 검토해서 좋은 기업에 투자를 하게 될 때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자산을 충분히 빠르게 늘릴 수 있다.
이러한 원칙하에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나와 내가 만들어갈 공동체의 비전이다.
왜 투자 공동체인가?
가치투자는 말로는 쉽지만 실행이 쉽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 받지 않고 모든 판단을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이 말은 수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할 때에도, 듣고 싶지 않은 단기적인 악재가 수없이 들려올 때에도 기업의 주인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굳건히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와중에도 시장은, 미디어는 끊임없이 내가 틀렸다고, 빨리 팔아야 한다고 악재를 쏟아낸다.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가는 과정에 정말 타당성 있는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지 지지하고, 타당성이 부족한 주장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의 표현으로 듣기 싫은 말을 해줄 수 있는 ‘진짜 동료’가 있다면 성과가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진지하게 투자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해보았다는 전제 하에 지지와 건설적인 비판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 번에 걸쳐 스터디를 만드려는 시도를 했었다. 그 시도가 궁극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런 실패로부터 배운 점이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교훈은 내가 스터디를 만드는 과정이 ‘배제적인 프로세스’에 기반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과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검증하고, 프로세스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은 배제해서 남는 사람이 스터디원이 되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운영했다.
훌륭한 능력을 갖고, 진정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도 항상 높은 노력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수 있고, 그렇더라도 그 사람이 스터디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본다면,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배제하는 것보다 그런 사람을 잃는 것을 더 아쉬워했어야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유연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려고 한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의견을 제시하다 보면 가치투자의 유용성에 대해 공감하고, 결국에는 지지와 건설적인 비판을 하는 동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취지에서 우선 소통할 채널을 만들고, 시장의 뉴스를 정리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연휴 동안 모건 스탠리가 반도체 섹터 셀 리포트를 내 놓은 것도 영향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반도체 업황이 턴어라운드하고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가 아직 늦춰지면 안되는 시점인데 늦춰지고 있다는 점, 예상되는 가격 고점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사업 모델들은 안타깝게도 ‘경제적 해자’가 부족했다. (경제적 해자가 있기 때문에 투자해야 하는 기업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설명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위에 언급한 한국의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은 고객 기업들의 사업에 필수적이고, 다른 기업이 진입할 수 없는 산업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진입했고, 가격 경쟁을 거쳐 산업이 쇠퇴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의 우려가 대두된다. 벌써 약한 수요와 공급증가로 고객사들의 가격 인하 요구에 직면했다는 것은 약한 경제적 해자의 근거가 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로 늦춰지고 있지만 결국 중국의 DRAM 생산은 증가할 것이다. 또, HBM까지 생산하는 단계에 있는 중국 기업과 기술격차를 주장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의 CAPEX는 그냥 가만히 두면 엄청난 감가상각을 발생시킨다. ASML의 EUV 장비의 경우 한 대에 몇 천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장비이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장비가 가동률이 낮은 상태로 운용된다면 자본수익률이 높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쉽게 감산을 결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 사이클에서는 CAPEX 투자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면서, 그리고 중국 기업의 양산 능력이 올라오면서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너무 빨리 올라왔다. (정말 무서운 점은 중국기업의 경우 ‘비시장적 경쟁자’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아지더라도 감산에 협조하지 않을 거란 점이다)
그에 비해 수요의 바탕이 되는 PC/모바일 수요는 지지부진하다.
사실, 일반적인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On-device AI가 얼마나 필요할까? 사실 지금 AI 서비스의 수준과 정보의 질을 고려하면 서비스가 필요할 때 Chat-GPT 앱에 접속해서 질문해서 답을 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관점에서 On-device AI는 비전프로에 이어 또 하나의 실패한 기술 주도 수요 창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시급을 다투는 용도로 AI가 사용되기 시작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서비스를 아직은 상상하기 어렵다)
킬러 콘텐츠, 대중의 수요가 뒷받침 되지 않는 공급 측면, 기술 주도적인 디바이스 스펙 업그레이드는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더 나은 유저 경험을 제공해주는 무언가가 먼저 개발되어야 한다.
그런 콘텐츠가 개발되기 이전에 디바이스 스펙 업그레이드만으로는 중국 기업의 DRAM 시장 진입으로 촉발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초과공급 구도가 쉽사리 해결되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리스크를 고려할 때, 아직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싸다고 매수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삼성전자, 하이닉스 CAPEX에 의존하는 반도체 장비기업들은 매출이 감소할 것이다. 이들이 중국에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수출통제 규제를 회피해야 하는데 앞으로 점점 회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며, 마치 한국이 일본의 수출통제에 대응하여 국산화를 추진한 것처럼, 중국도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투자 방법론에 대한 긴 설명의 마지막은 자본배치이다. 자본배치는 CEO의 가장 중요한 본분으로, 현재 높은 이익률을 미래에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이다.
자본배치에 실패하면 자본이익률이 줄어든다
자본이 1,000억원인 기업이 2024년 100억원을 벌었다면 자본이익률은 10%이다. 이 기업이 번 100억원을 그대로 회사 금고에 잘 저장해두고 2024년과 똑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해서 100억원을 번다고 가정하자. 2025년에는 자본이 1,100억원으로 늘어나서 자본이익률이 9.09%로 줄어들었다. 100억원을 다시 그대로 회사 금고에 잘 저장하고 똑같이 100억원을벌었다. 2026년에는 자본이 1,200억원으로 늘어나서 자본이익률이 8.33%로 줄어들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이 기업은 위임받은 자본을 충분히 잘 굴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주주들이 위임한 자본에는 처음 갖고있던 자본 뿐만 아니라 2024년, 2025년에 벌어들인 100억원도 포함된다.
주주들은 자본의 소유자이다. 주주들은 회사가 생산 설비에 재투자하여 사업 규모를 확장하든, 본업과 관련성이 있는 사업을 인수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든,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자본 수익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달라고 주주자본을 경영할 대리인으로 대표이사 이하 경영진을 임명한 것이다.
만약 벌어들인 자본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현재의 이익률이 높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어려우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요구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다른 수익률 높은 자산으로 비중을 옮기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자산으로 옮겨가지 않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충분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다.
CEO는 자본을 어떻게 배치하는가?
CEO는 사업에 필요한 현금을 만들어 이를 적절한 사용처에 배분해서 자본이익률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현금을 만드는 방법
CEO가 현금을 만드는 방법에는 주식을 발행하거나, 부채를 발행하거나, 사업의 현금흐름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다.
주식을 발행하면 현금이 기업으로 유입되는 대신,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된다.
최근 이오플로우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시총의 30%에 달하는 유상증자로, 발표 이후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사실 증자를 하게 되면 이론적으로는 자본금이 유입되는만큼 지분이 희석되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 지분가치에는 영향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회사가 주주에게 자본 납입을 요청하는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자금을 모집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는 시그널을 주게 된다. 이오플로우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주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기에 시장이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소송 진행으로 인한 예상밖의 비용 지출이 있었던 사정은 정상참작이 필요하다)
이런 방법보다는 회사채 발행이 나은 형태였겠지만, 올해 벌써 두 번이나 CB를 발행했기 때문에 더 이상 부채를 발행할 방법이 없었다.
또한, 유통망 구축, 국가별 인허가,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 제약으로 인해 급격히 이오패치 사용자수를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사업의 현금흐름도 조정하기 곤란했다.
결국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상참작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자본(현금)을 배분하는 방법
CEO는 위에 열거한 방법들을 통해 획득한 현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자본을 배분하는 방법에는 크게 1. 기존 사업에 재투자 2. 다른 사업을 인수 3. 배당 4. 부채 상환 5. 자사주 매입 정도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자본배분이 기업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파악해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자본이익률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CEO의 책임이다.
JYP의 경우 ROE가 최근 3년 동안 20%를 상회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높지 않게 유지되고 있어서 자본을 잘 배치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주가 하락으로 배당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현재 주가 45,200원을 기준으로 하면 배당수익률 또한 1.27%가 되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의 하방을 방어해주는 요소가 된다.
또한 일본, 미국, 남미 등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여 현지화 아이돌 라인업을 런칭하고 있다. 현 시점에는 반응이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NiziU의 앨범 판매량 반등, NEXZ의 SNS 지표 급등세로 미루어 보아 조만간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런칭한 걸그룹의 경우 한 동안 활동 소식이 없어 팬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업력을 고려할 때 기우임을 확인시켜주지 않을까 예상된다.)
A2K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런칭한 VCHA, 6개월 가량 아무 소식이 없어 팬들이 걱정하고 있다.
자본배치를 잘 하는 기업을 찾는 방법
자본배치는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대가들은 장기간에 걸쳐 투자된 자본을 높은 수익으로 돌려주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어떤 회사가 4, 5년 동안 연속으로 높은 ROE를 보이고, 그것이 레버리지가 아닌 높은 수익성으로 달성되었다면 그 회사는 검토를 시작해보기 좋은 회사이다 .
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과거 높은 ROE를 보인 회사가 앞으로도 그러한 자본배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된다면 자본배치를 잘 하는 회사로 볼 수 있다.
만약 어느 경영자가 자본배치를 잘 하는데 충분히 많은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 효율적인 자본배치가 장기에 걸쳐 지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과거 행적, 직원이나 임원에 대한 보상 정책, 대외적으로 성과를 설명할 때의 투명성, 주주를 대하는 태도나 주주환원 정책 등이 한 기업의 자본배치를 평가하는 추가적인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S.
긴 설명이 끝났다.
사실 이런 원칙들을 모두 완벽히 만족하는 기업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조건에 대해 충분한 매력도가 있다면 다른 조건을 조금은 완화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업들을 수행함에 있어서 보다 합리적인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함께 고민하면서 더 나은 답,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 커뮤니티가 비단 주식 투자만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경제적 해자가 기업의 이익 성장 논리를 설득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지만, 어떻게 기업이 경제적 해자를 보유했는지 판단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미뤄두었다.
이 글을 통해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경제적 해자가 왜 중요한가?
자본주의에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따라서 수요/공급중 상대적으로 희소한 쪽이 원하는 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협상력’을 갖는다.
허니버터칩이 선풍적 인기를 끌 때는 웃돈을 주고라도 먹어보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공급 부족에 따라 공급자에게 가격을 결정할 협상력이 주어진 사례이다.
기업은 상품의 공급자이자 생산요소의 수요자이다. 따라서 다른 경쟁자가 상품을 만들거나, 생산요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면 상품 가격이나 생산비용을 정할 때 협상력을 보유하고 초과수익을 누릴 수 있다.
즉, 소비자에게 높은 상품 가격(P)을 제시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판매(Q)할 수 있으며, 주요 생산요소에 대해 가격 인하(C)를 요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 내러티브 중에서도 경제적 해자는 특히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며, 그래서 따로 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며, 장기투자한다고 했을 때 투자자의 수익률은 자본이익률에 수렴한다.
이 때, 산업이 성장하고 우호적인 환경이 중첩되더라도 누구나 기업의 사업 영역에 진입/퇴출할수 있다면 자본수익률이 평균에 수렴하게 된다.
해자가 있는 기업은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더 오랜 기간 동안 높은 자본이익률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더 높다.
그렇다면 기업의 경제적 해자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에 대한 평가는주관적이며, 투자자마다 미래 가치를 할인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해자가 기업에 가져다 주는 미래 이익 평가에 시장 심리가 크게 영향을 주며, 따라서 실제 기업이 갖는 구조적 강점에 비해 해자의 가치가 저평가된다.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을 잊지 마라. 좋은 기업을 싸게 사는 게 중요하다. 실제 수익력에 비해 싼지 평가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경제적 해자에 대한 평가이다.
해자를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저평가된 주식을 살 수 있는 것 외에도 경쟁력이 불확실한(=비싸지만 실상 해자가 없는) 주식을 비싸게 살 가능성을 줄여주고, 기업의 수익성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는지 판단할 기준을 제공한다. 그리고 기업에 닥친 어려움이 일시적인지 치명적인지 판단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을 좁혀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가짜 경제적 해자
경제적 해자는 경쟁자가 흉내내기 어려운 수익성을 높게 만드는 구조적 특성으로, 대다수 기업은 이런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에게 인기가 없고, 따라서 경영학에서는 인기가 없는 개념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경쟁력의 원천을 계속 파고들어 진짜 해자인지 판별해서 이익이 성장할 산업, 기업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개념이다.
대표적인 가짜 해자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뛰어난 제품(히트 상품이나 서비스)은 그것을 경제적 해자로 만드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경쟁사가 모방하여 수익성이 순식간에 악화된다.
높은 점유율은 현재의 성공을 설명해주지만 이를 달성한 이유가 앞으로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해주지 못한다면 점유율을 쉽게 잃게 될 것이다.
운영상 효율성은 경쟁사가 모방할 수 있다면 지속 가능한 비용상 우위가 아니다.
경영진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언젠가 회사에서 떠나야 한다. 이를 과대평가하는 것은 미디어의 편향 또는 패턴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무형자산(=기업에게 독점력을 부여하는 요소)
브랜드
경쟁사 제품이 동일한 효용을 제공하는데도 브랜드로 인해 소비자의 지불용의가 높아질 경우 경제적 해자이다.
티파니의 경우 브랜드 때문에 다른 보석 회사들과 거의 동등한 제품도 비싸게 팔 수 있다.
반면, 브랜드가 있음에도 수익을 내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 가짜 해자이다. 만약 차별화때문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모방하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끊임없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추가 비용 지출에 의해 유지되는 브랜드라면, 비용을 더 이상 지출하지 않아 브랜드 가치가 상실되면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없다. 이는 초과수익을 가져다 주는 진정한 브랜드 가치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비용 지출 없이도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감수하는지가 브랜드 가치에 의한 해자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특허
특허로 보호되는 제품은 경쟁사가 만들 수 없도록 법적으로 보호되어 있다.
하지만 특허에 유효기간이 있으며, 경쟁사가 공격하여 취소될 수 있어 영구적이지 않다.
따라서, 과거 성과에 비추어 혁신을 지속하며, 다양한 특허를 보유했을 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갖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폐기물 처리업의 경우 처리 비용에 대해 정부 규제가 없다. 따라서 일단 폐기물 처리업 허가가 나게 되면 더 이상 폐기물 처리업 허가를 내줄 명분이 없기 때문에 규제당국이 주민 반대를 무릎쓰고 추가 허가를 내줄 수 없고, 허가를 받은 기업은 해당 지역 내에서 강한 독점력을 보유하게 된다.
폐기물 처리업은 상당히 수익성이 높은 사업 중 하나이다.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승인의 수가 많을수록 해자가 더 넓다.(ex. 매립장/채석장)
전환비용
전환비용은 기업의 소비자가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이 비용이 클수록 소비자는 다른 회사로 ‘갈아타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한다.
전환비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경험을 완전히 이해하고 고객 입장에서 이탈의 이익과 그에 따른 비용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자신이 자주 소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 회사에 투자하게 되면 전환 비용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
환경이 안정적일 때는 변하는 환경보다 전환의 이득이 작아져 전환비용이 크며, 고객의 사업과 긴밀하게 통합된 서비스 회사의 소비자는 전환비용이 크다. 이런 점에서 안정적인 사업 환경에서 B2B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전환비용에 근거한 해자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소비자 중심 회사들은 대개 전환비용이 낮은 것이 약점이다.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는 소비자가 늘수록 소비에 따른 만족감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상품/서비스의 가치가 사용자 수와 함께 증가한다면 가장 가치있는 제품은 사용자가 가장 많은 제품이며, 지배적인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작은 네트워크가 파산하고 만족감이 큰 지배적인 네트워크가 커지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사용자가 용이하게 늘어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정보나 지식에 근거한 사업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물리적인 자본에 근거한 사업에서는 찾기 힘들다.
초기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는 효과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다.(중국 알리바바 vs 이베이)
네트워크 효과는 다른 참여자에게 열리지 않는, 닫힌 네트워크일 때 더 강해진다.
원가 우위
어느 기업이 상품을 다른 경쟁자에 비해 싸게 생산할 수 있고, 이를 다른 회사가 모방할 수 없다면 이 기업은 그만큼의 이익을 낼 수 있다.
저비용 프로세스
어느 기업이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원가우위에 근거한 경제적 해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사업자가 모방을 위해서는 사업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경해야 하거나, 투자 여력이 부족한 등 모방이 불가능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
만약 구조적으로 모방이 어렵다면 일시적 해자를 가지게 되지만, 경쟁자의 실수나 나태함 위에 세워진 해자는 강력한 해자가 아니다.
유리한 입지조건
무게/부피당 가격이 적을수록 핵심 원료 및 시장까지 운송료가 중요한 경쟁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저비용 공급자(ex. 중국 제철회사)가 등장할 경우 경쟁력은 약해진다.
유리한 자산에 대한 독점적 접근성
저비용 생산에 유리한 자원을 독점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기업은 해자를 갖는다. 사우디 아람코의 경우 원유를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유전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원유 생산 기업으로서 광범위한 해자를 보유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
경쟁사, 시장 규모와 비교하여 상대적인 규모가 중요하다. 유사한 두 개의 기업이 있다면 규모의 경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규모 유통망은 구축에 드는 고정비가 크지만, 일단 경제성을 확보하면 배송건이 증가할 때마다 늘어나는 이익은 엄청나다.
제조규모가 클수록 고정비가 분산되어 비용상 우위를 점하게 된다.
틈새시장, 특히 대기업이 관심을 보이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고 하나의 회사만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라면 작은 회사도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
해자의 침식
상황이 변하면 해자도 무너질 수 있으며, 침식의 징후를 최대한 조기에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경쟁
파괴적 기술의 등장은 해자를 무너뜨린다. (필름 vs 디카, 신문/장거리전화/음반 vs 인터넷)
파괴적 기술은 직접 기술을 판매하는 사업보다 기술을 활용하는 사업의 해자를 더 크게 손상시킨다.
산업구조 변화(=협상력의 변화)
대형 할인점과 같이 고객 그룹이 통합될 경우 소비자의 희소성이 증가한 것이기 때문에 상품을 만드는 기업의 협상력이 약화되고, 결국 경제성이 악화된다.
중국 등 저임금 노동력이 유입될경우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제조업체의 경제성은 악화될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