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파인, 농구 선수는 타고난다

내가 공유하는 글들을 보고 분석만 하면 다 좋다고 하는 거 아니냐 얘기할 수도 있겠다.
사실 시간을 들여 분석 대상으로 정하기 전에 나름의 검증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정말 좋다면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킬텐데 아직 그 정도의 기업은 발굴하지 못했다.
앞으로 아이디어 발굴 시스템이 더 갖춰지고, 분업이 이뤄지고 나면 더 필터링된 아이디어를 확인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다만, 오늘 리파인 분석을 보면 항상 분석 결과가 긍정적인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겠다.
리파인은 투자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투자대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들여 이렇게 분석한 것은 다른 모든 측면에서 훌륭하더라도 성장성이 부족하면 투자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농구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큰 키가 필요하다.
우리는 보다 낮은 리스크로 큰 수익을 보기 위해 앞으로 성장의 논리가 탄탄한 기업에 장기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확인했었다.

우리는 농구선수가 될 유망주를 찾고 있다.

리파인은 경제적 해자, 이익률, 자본배치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성장의 논리가 불충분하여,
운동신경은 좋지만 유전적으로 성장 DNA가 부족한 농구 꿈나무를 보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결론적으로 리파인이 성장주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지를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BM의 이해

리파인은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보증금이나 대출금 등 돈을 받게 될 사람이 적절한 권리를 보유하고 있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게 될 신용 리스크가 없는지 조사해주고,(권리조사)
조사 업무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기관(공인중개사)이 전/월세 보증금, 주택 담보대출을 해줄 때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하여 보증/권리 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하게 되고,
보증/권리 보험사는 리파인에게 권리조사를 의뢰한다.
이런 절차로서 금융기관-보증/권리보험사-리파인은 중첩하여 리스크를 확인하고 분산하게 된다.

산업의 성장성 : 전세가 × 전세매매량

리파인 매출의 약 90%가 전세대출 권리조사 수수료에 집중되어 있다.
결국 리파인의 성장성은 국내 전세시장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성장하는가에 달려 있다.

미시적으로 보면 전세 가격 지수는 임대차 보호법 시행으로 급락했다가 완만하게 회복해가는 추세이며, 전세가율도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임대차 시장 전체의 거래 추이를 보면,
전세 거래건수는 감소하고 월세 거래건수가 증가하는 추이이다.

이러한 전세 시장 축소의 배경에는 전세 제도의 문제점이 있다.

전세제도가 매월 현금으로 월세를 지불하는 것보다 저렴하며,
갭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의 지렛대로서 주택 소비/공급의 윤활유가 되었던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런 담보도 없이 공적 자금을 지원도덕적 해이,
조금 과장하자면 전세사기를 부추기고,
정부 입장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위변제금이 급증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전세 제도 폐지 필요성이 제기된다.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무너진 ‘주거사다리’ 전세제도, 폐지론 거세

위 동영상 내용은 지속되기 어려운 부동산 가격 수준을 ‘전세대출’이라는 정책 금융을 통해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있어 경제 전반의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이다.

물론, 위기가 발생하면 부동산 시장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도 힘들어질 것이며,
내수 경기 급랭으로 모두가 살기 힘든 세상이 올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정부로서도 출구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그것이 정책금융의 확대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세사기를 보완하기 위해 권리조사를 강화하고 주택보증기금을 확보하는 등 리파인에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호적 환경은 상당부분 현재 주가에 반영되어 있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률은 25%에 도달하였고, 수치만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하지만 전체 전세계약 중 신용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 실제 수수료와 보험료를 지불하고 권리조사를 할 필요성이 있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이를 생각해본다면 앞으로 업사이드가 많이 남아 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경우 월세 보증금 예치금은 규모가 크지 않아 전체 임대차 계약 건수는 유지되더라도 수수료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더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총 임대차 계약 건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해자 : 점유율 유지

리파인은 전체 시장에서 약 9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로, 더 이상 점유율을 늘리는 것보다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논리가 중요하다.

리파인은 한국부동산원에서 분사하여 설립된 회사로, 축적된 데이터와 전산 시스템, 신뢰성 측면에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일부 리포트에서는 양도방식의 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전월세보증금 대출에 대한 ‘특허’가 4년 이후 만료되는 것이 리스크라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리파인의 PTS 시스템과 축적된 데이터로 인해 발생하는 광범위한 규모의 경제경제적 해자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경쟁력 있는 업체가 점유율을 높이기 어렵다.

이익률

가격 : 수수료율

리포트에 전세 대출 금액에 ‘연동’된다고 언급되고 있어 수수료율에 대한 결정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 = 전세가 × 전세매매량 × 수수료율

전세 매출은 대체로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리파인 자체의 매출성장 결정력은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세시장의 반등과 전세사기로 인한 침투율 증가, 정부의 저출산 대응을 위한 정책금융 확대 기조는 단기 매출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라고 판단된다.

비용 : 영업레버리지 효과

리파인은 권리조사 업무가 주된 BM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비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2년간 리파인의 매출 증가율은 13.1%였는데 직원수 증가율은 5.4%에 머물러 비용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매출이 증가하면 영업 레버리지 효과를 통해 이익률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본배치

리파인은 제한적인 성장성을 보완하기 위해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여 주주환원을 강화해왔다.

다만, ’21년부터 총 주식수가 1,733만주로 유지되어 매입한 자사주가 소각되지는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2.3일 최대주주 등 9인 지분 34.05%를 LS 증권이 인수하여 스톤브릿지캐피탈에 양도한다는 주식양수도 계약이 체결되어 향후 고배당 정책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밸류에이션

리파인의 시총은 2,308억원이며, 23.4Q~24.3Q 합산 당기순이익은 222억원이다.
따라서 TTM PER은 10.40이다.

리파인이 속해있는 상업서비스와 공급품 업종에서 시총 상위 5개社(에코프로에이치엔 제외) PER을 살펴보면,
에스원(2.2조원, PER 11.23) NICE평가정보(7,129억원, PER 10.69) 코엔텍(4,500억원, PER 13.57) 한국기업평가(3,987억원, PER 16.47) 아이마켓코리아(2,664억원, PER 10.06)로,
평균 PER 12.4 정도의 멀티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리파인이 과도하게 고평가된 주식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다만, 제한적인 성장성을 고려하면 안전마진이 확보된 밸류에이션으로 보기는 곤란하며,
따라서 해외 진출, 획기적인 BM의 개발 등 별도의 성장 논리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는 농구선수 유망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 커뮤니티를 성장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운영 계획방향성을 한 번 읽어보시고,
텔레그램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으니 공감이 가신다면 참여해주세요!
쌍방향 소통을 원하는 분들은 카카오톡 채널로 와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자료실을 통해 리포트, 뉴스도 공유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