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JYP 고연차 아티스트에 대한 분석에 이어 저연차 라인업들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ITZY는 2019.2월 데뷔했다.
재계약이 26.2월이라는 의미이고, 따라서 내년 25년부터는 재계약 관련한 추측이 난무할 것이다.
사실 아쉽게도 나는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ITZY가 재계약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회사가, 특히 2본부가 ITZY를 포텐셜만큼 잘 키워주지 못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본부는 GOT7이 재계약하지 않고 JYP에서 나가게 만든 본부이다.
모호한 그룹 정체성, 타이틀곡 선정의 문제
WANNABE는 내가 처음 JYP 투자를 고민할 때 발매된 곡이었다.
당시에는 코로나만 끝나면 이런 퍼포먼스로 세계 K-POP 공연 시장을 씹어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WANNABE 이후 선정된 타이틀곡은 그룹의 선명한 정체성을 드러내주지 못하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달라달라’로 데뷔하면서 뭔가 ‘다르다’라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고, 이런 컨셉은 20.3월 위에 퍼포먼스 영상을 첨부한 ‘WANNABE’ 앨범에서 극대화된다.
하지만 그 이후 Not Shy < 마.피.아. IN THE MORNING < LOCO로 이어지는 타이틀곡들은 이 그룹의 정체성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강한 컨셉을 뒤집고 대중적인 밝은 컨셉을 들고 나왔던 SNEAKERS는 더욱 그룹 컨셉의 일관성을 해쳤다.
그 이후 cheshire, cake, untouchable은 느린 템포에 강한 컨셉이 더해져 여돌 라인업의 생명인 대중성조차 잃게 만들었다.
세 곡들의 음원 순위는 역성장 추세를 보여줬다.
- Not Shy 멜론 일간 최고순위 16위
- 마.피.아. in the morning 멜론 일간 최고순위 10위
- LOCO 멜론 일간 최고순위 34위
- SNEAKERS 멜론 일간 최고순위 4위
- CHESHIRE 멜론 일간 최고순위 92위
- CAKE 멜론 일간 최고순위 20위
- UNTOUCHABLE 멜론 일간 최고순위 101위
확실히 라이트 팬덤의 귀는 냉정하다.
해외 확장성의 문제
일본어, 영어 앨범을 다수 발매했지만 성과가 지지부진하다.
일본 국민 걸그룹이자 미국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하고 있는 TWICE의 후광을 입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쉽다.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 일본 멤버가 있거나,
-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찍어누르거나,
-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히트곡으로 흥행한 작품이 필요하다.
하지만 ITZY는 어느 한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고, 가장 최근 앨범인 Algorithm도 39,475장으로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가장 쉬운 길은 흥행한 히트곡을 잘 선정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거란 점에서 문제는 역시 선곡에 있다.
타이틀곡 중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곡은 많이 쳐 줘야 달라달라, WANNABE, SNEAKERS 정도이다.
중소 기획사들도 대중의 선호를 충족하는 곡들을 내면서 음원차트 상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회사내 선곡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
트와이스도 블랙아이드필승 곡을 못 받게 된 2020년부터 곡 퀄리티가 낮아져 음원차트 상위에 모습을 감추었다.
현재 회사 라인업들 중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스트레이 키즈와 데이식스 두 라인업 모두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것은 회사의 매니지먼트보다 곡 선정/프로듀싱 역량이 상당히 부족함을 의미한다.
다만, 최근 1본부는 NEXZ의 MIRACLE에서는 아프로비트, Ride the Vibe는 최근 트렌드인 템포를 사용하면서 회사 전체적으로 타이틀 곡 선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ITZY가 속해 있는 2본부는 연속해서 곡 선정상의 문제를 드러냈고,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ITZY를 비롯한 2본부에 소속될 가수들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것 같다(현재는 2본부에 ITZY만 소속되어 있다).
공연, ITZY의 히든카드
22~23년 Checkmate 투어를 했는데 공연장 평균 규모는 8,052석, Box Office 데이터가 있는 공연 평균 모객수는 4,757명이며, 2회 이상 공연한 도시가 서울, 마닐라, 치바, 홍콩밖에 없어 비용이 많이 지출되고 수익성은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4년 Born to be 투어는 공연장 평균 규모 11,609석, 평균 모객수 7,197명으로 하드 팬덤이 상당히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규모의 문제로 공연 단가가 97.2불 수준인 것은 아쉽지만, 양적인 측면에서는 충분한 성장세를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에스파가 19년 데뷔해서 벌써 돔투어를 돌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성공적인 그룹들보다 조금 늦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퍼포먼스 맛집이라는 확실한 강점을 바탕으로 하드 팬덤을 모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수많은 걸그룹이 데뷔하여 포화상태인 K-POP 생태계에서 ITZY는 나름대로의 매니아 팬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증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있지는 최근 건강상태 때문에 휴식기를 가졌던 리아가 다시 합류하면서 24.10월 컴백을 확정지었다.
단독 있지ITZY 5인 완전체 10월 컴백 확정…건강 회복 리아도 합류 | 텐아시아 (hankyung.com)
사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룹으로서 계속 성장해나가기만 한다면 기울기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컴백과 후속 투어는 앞으로 활동에 크리티컬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ITZY가 정말 명곡으로 컴백해서 대중성과 퍼포먼스 능력을 동시에 입증하는 전성기를 구가하길 기대해본다.